가을이 떠나는 소리
2023.11.25 조회수 13 늙은 감나무 아래를 더 늙으신 할머니가 몽당 빗자루로 쓸던 새벽의 소리 보약 같은 가을볕을 들이려고 아침저녁 된장독을 열고 닫던 소리 무말랭이를 만드느라 볕좋은 마루에서 한나절 도마질하던 소리 서서 마르는 뒤꼍 수숫대들이 실낱 바람에도 몸을 비비던 소리 해가 짧아지던 소리 짧아진 해가 수수밭 너머로 발이 걸려 넘어가던 소리 단물 꽉찬 무청이 퍼렇게 목을 빼던 소리 풀썩풀썩 황혼이 주저앉던 소리 그릴 수만 있다면 그 소리들을 밤을 새워 그리고 싶다 지칠만 하면 고요한 것들을 데리고 가을은 왔다 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