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아닌데 왜 화를 내요?》
2023.12.15 조회수 16 젊은 층이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너무 좋아하다 보니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고 해서 그 줄임말로 ‘얼죽아’라고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로 ‘하도 열 받을 일이 많아서’라고 하니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화가 잔뜩 나 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잘 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진보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뭔가 모르게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뭔가 내 맘대로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분노는 정치와 부동산에서 자주, 그리고 두드러지게 폭발한다.
부동산에 대해선 어떤 입장에 있든 다 열불이 난다.
무주택자는 전세보다 월세가 많아진데다 대출금리가 올라 내집 마련이 어렵다고, 1주택자는 원하는 지역의 집값이 너무 비싸 집을 팔아도 옮겨 타기가 어렵다고, 다주택자는 세입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데 기여분에 비해 너무 홀대를 당하고 세금만 무겁다고 항변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자들은 노후에 생활비라도 대려고 부동산을 투자하려고 하는데, 정부가 건강보험료와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짜증을 낸다.
젊은 층은 어떤가. 기성세대들이 집값을 너무 올려놓아 주택시장에 진입 자체가 어렵다고 울분을 토한다.
내 욕망을 앞당겨 이루고 싶은데, 이를 가로막는 제도와 상황에 역정을 낸다.
‘뜨거운 감자’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더욱 심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조합원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로 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우니 당장 폐지를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재초환을 일부 완화하는 수준으로는 조합원들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억 원씩 부담금을 내는 데 누가 재건축을 하겠느냐”고 울상을 지었다.
같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재개발은 개발 부담금은 물리지 않고 유독 재건축만 부과하느냐는 불만이다.
하지만 비강남 사람들은 이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한 지방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재건축은 비용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대표적인 개발사례”라며 “일부라도 개발 이익 환수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물리적인 부동산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렌즈는 지극히 굴절되어 있다.
공익과 사익, 개인과 집단, 보수와 진보, 지역(수도권과 지방) 간 이해관계가 수시로 충돌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만능의 정책이 있을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이기적인 답만 원한다.
선택적 선호를 하면 사고나 행동이 한쪽에 치우치기 쉽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함몰된 시각에서 바라보면 어떤 것이든 마음에 차지 않고 쉽게 분노로 이어진다.
한쪽 논리가 횡행할수록 중심 잡기가 중요하다. 이성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위해서는 냉정해져야 하고, 감정조절도 필요하다.
마피아 세계의 흥망성쇠를 그린 영화 <대부 3>(1991)에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진다.” 감정에 치우치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영표 축구선수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압축 고도성장을 하면서 분노가 꽉 차버렸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분노를 통해 감정을 배설하는 건 자신을 위해서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현실은 암담하다.
균형을 잡고 싶지만 주변에서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분노를 자극하는 편향되고 과장된 뉴스들이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전파된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지게 만들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분노를 팔아 돈을 버는 '분노 비즈니스'에 휘말려 들 수 있어서다.
정보를 객관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정보화 사회의 덕목이다.
과거에는 미래의 불안과 두려움을 파는 '공포 비즈니스'가 바이러스처럼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요즘은 분노 비스니스가 수지가 맞는지 더 판을 치는 것 같다.
자칫 내 자신이 그 분노 비즈니스의 희생양이 될 수 있으니 ‘마음의 방역’이 필요하다.
